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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이 넘도록 문자해고, 계약해지에 맞서 싸워온 기륭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에
어떤 시인은 넙쭉 큰절을 하고, 어떤 종교인은 회개와 참회를 하고...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들에게 기억되었는지...

어제(6월11일)부터 기륭 조합원들이 전원 단식에 돌입했다.
이미 2006년 가을에 곡기를 끊었던 단식투쟁을 벌였던 그들이다.
지난 5월 김소연분회장 삭발과 서울시청앞 하이서울페스티벌 조명탑 점거,
공장앞 1000일 집중투쟁, 구로역 교통CCTV관제탑 점거에 이어
또다시 조합원 전원이 단식을 시작했다.
구로역 고공농성중에 단식투쟁을 하다가 며칠전 탈진해 병원에 실려갔던 윤종희 조합원조차
이번 단식에 빠질 수 없다며 참가하고 있다.
김소연분회장과 유흥희, 최은미 조합원은 정문 수위실 옥상에 올라가 단식농성장을 차렸다.
회사 마당이 빤~히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올라선 이들과
정문곁에 천막을 치고 이들을 올려다보며 단식을 시작한 다른 조합원들까지...


어젯밤에 한 조합원이 나에게 물었다.
"우리 싸움 어찌될 거 같아요?"
"......"
"솔직히 이야기해봐요?"
"......"


솔직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
지금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서 제대로된 승리를 따낸적이 있었던가?
어떤 사람들은 최근 10년동안 '승리해본 투쟁'이 없다고도 하였다.
그렇기에 더욱 '승리'가 그리운 벗들...

내 그 조합원에게 반드시 승리할 거라고 말해주지 못했다.
어제 오후 기륭공장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노래공연을 하면서
내가 외쳤던 구호는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자"였다.
승리해야 한다는 결심...
승리해야만 한다는 결심...
이것만으로 지금껏 1000일이 넘게 온몸을 내던져 달려온 조합원들에게
고작 내가 함께 외칠 수 있는 구호가 이것뿐이라...

실천이 부족한 나의 모습에 한편 짜증이 나기도 한다.


어제 오후 집회에서 음향을 설치하고 있던 와중에
한 조합원이 그간의 교섭 및 면담 진행상황을 요약한 문서를 보여주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회사는 국내 생산라인을 전부 폐쇄하고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 상태이며
500여명의 전체 직원들 중, 100여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태라고 한다.
배영훈 사장은 지난 시청앞 고공농성이후 진행된 몇차례 교섭과 면담에서
국내 생산라인을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기때문에
지금 조합원들을 어떻게든 복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리고, 현재 근무하는 직원들과의 위화감을 고려해서 일정기간 도급으로 할수밖에 없겠다고도 했다는데....
사장의 이러한 약속을 믿고
교섭을 책임졌던 금속노조와 기륭분회는 '정규직으로 원직복직'이라는 요구안에서 물러서
1년이내 정규직화라는 조건에서 도급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돌연 사측에서 지난 10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회사 사장이 이사회까지는 설득했는데 직원(부장,차장등의 관리자)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대다수가 절대 불가입장이었다는 이유에서다.

80%의 직원이 구조조정되는 와중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이니... 그 속내가 어떻겠는가?
그렇다하여도 조합과 원만히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배영훈사장, 최동렬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직원들을 어떻게든 설득해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참... 어이없는 사람들이다.
4년째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시간을 끌며 어쩌겠다는 것인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했다.
내 느낌에는 사측이 사태해결의 의지가 전혀 없는 듯 하다.


결국...
조합원들은 전원 단식이라는 목숨을 내건 투쟁에 돌입했다.
어떤 이는 밥 굶고 투쟁하는 단식투쟁이라는게 목숨을 내건 투쟁이 아니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떠벌이기도 하더라만
자신의 몸뚱이를 내던져 투쟁할 수 밖에 없는 조합원들의 절박함을
천번, 만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기륭 수위실 옥상에 올라간 동지들은
혹여나 사측이나 경찰이 투입되면 절대로 끌려가지는 않겠다고도 하였다.
목숨을 걸고 저항하겠다고 했다.
내가 아는 김소연 분회장은 허투로 말을 내벹는 사람이 아니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몸뚱이를 해치는 투쟁은 하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었다.
자본의 못되먹은 속성을 박살내기 위한 투쟁인데
왜 우리가 몸을 상해가면서 투쟁해야 하는가? 라고 되묻는 마음이었으리라..
저놈들을 배따지 두드리며 호의호식하는데...
길거리에 나앉아 투쟁하는 우리가 왜 밥을 먹지않고, 목숨을 내건 투쟁을 해야 하는가? 라고
오히려 당차게 말을 하던 조합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전원 단식을 시작했다.



할 줄 아는게 노래밖에 없는 내가...
기륭 조합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일까?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게 무엇인가?
힘이 되어줄 수 있는게 무엇일까?
게으르고 무기력한 내가 컴퓨터앞에 앉아 한다는 생각이 고작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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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2 17:39 2008/06/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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